시력검사: 정확하고 일관된 측정이 중요한 이유
안녕하세요, 안과전문의 송한입니다.
오늘은 시력검사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시력검사는 겉으로 보기에는 단순히 “눈이 어느 정도 잘 보이나”를 측정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빛이나 사물을 ‘뇌’가 어떻게 인지하는지를 수치화하는 과정입니다.
즉, 시력은 단순히 물리적인 광학 현상만으로 결정되지 않고, 검사 환경, 검사 방식, 환자의 집중도와 심리 상태까지 복합적으로 영향을 받지요.
이번 글에서는 시력검사 과정에서 꼭 알아야 할 기본 원칙과 주의사항, 그리고 시력 측정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다양한 이유 등을 살펴보겠습니다.
차례
시력검사 환경과 기본 원칙

1) 시표판의 조명
일반적인 실내 밝기(약 80~320cd/m²)에서 검사하면 충분합니다.
너무 밝거나 어둡지 않게 균일한 조명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만 망막 질환이 있는 경우(예: 황반변성 등)에는 조명 밝기에 따라 시력이 큰 차이를 보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CSC(중심성 장액성 망막병증)의 경우, 일반 조명에서는 시력이 1.0이라 하더라도 어두운 조명에서는 시력이 확 떨어질 수 있습니다.
2) 검사 거리와 시력표 위치
시표판은 환자 눈높이와 비슷한 위치에 고정합니다.
일반적으로 4m 거리에서 검사하는 것이 표준이며, 실제 진료실에서 이 거리를 충분히 확보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거리를 조정하거나 반사 거울 등을 활용하기도 합니다.
3) 시력 측정 순서
보통 우안부터 검사하고 다음에 좌안을 검사합니다.
시력을 표기할 때, 예를 들어 0.8/1.0
이라고 한다면 이것은 우안(오른눈) 시력이 0.8, 좌안(왼눈) 시력이 1.0이라는 의미입니다.
시력이 좋은지 나쁜지를 미리 짐작해서 큰 시표부터 혹은 적절한 크기의 시표부터 시작해도 괜찮습니다.
4) 시표 읽는 방식
큰 글자(시표)부터 시작해 점차 작은 글자를 읽도록 하여, “읽을 수 있는 최소 시표”가 어디인지 확인합니다.
모를 때도 “추측해서라도 읽어보세요!”라고 격려해주면 실제 시력을 더 정확히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다만 한 줄(예: 5개 시표)에서 2개 이상 틀리면 그보다 작은 시표는 읽기 어렵다고 보고 측정을 끝냅니다.
시력 결과가 달라지는 이유 (검사 통계와 정신물리학적 요인)
1) 시력표와 검사환경의 차이
시력표 종류(한천석 시력표, 진용한 시력표), 인쇄 상태, 조명 밝기, 검사자의 숙련도, 환자의 컨디션 등에 따라 같은 사람도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다른 병원에서 잰 시력과 내 병원(혹은 진료실)에서 잰 시력이 다른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2) “뇌”가 인식하는 시력
‘본다’는 것은 광학적인 입력을 뇌에서 ‘인지’하는 것입니다.
시력이 애매하게 보이는 구간이 있을 때, 과감한 성격인 사람은 틀릴 수 있어도 대담하게 읽어내고, 신중한 성격인 사람은 “안 보여요”라고 포기해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는 시력이 비슷하더라도 결과가 한두 줄 차이가 날 수 있죠.
3) 검사 방법의 차이: 선택의존법 vs 선택강요법
선택의존법(Criterion Dependent Method): 환자가 모른다고 하면 그대로 “알겠습니다” 하고 그 상태로 검사를 끝냅니다.
선택강요법(Forced Choice Method): “이 숫자가 8이에요? 6이에요?”처럼 환자에게 강제로 답을 선택하게 하면서 추측을 유도합니다.
선택강요법을 사용하면 추측으로 맞추는 경우가 생기므로 시력이 더 좋게 측정될 수 있습니다(특히 숫자 시력표에서는 숫자가 한정되어 있어 맞출 확률이 올라갑니다).
4) 일관된 검사 방식의 중요성
검사 방식, 조명, 시력표 등이 매번 달라지면 최대 세 줄 이상 시력 차이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가장 권장되는 방식은 “추측을 권유하되, 2개 이상 틀리면 중단”하는 형태입니다.
틀렸을 때 “틀렸습니다! 다시 해보세요!”라고 계속해서 알려주는 방식(선택강요법)은 의도치 않게 시력이 높게 측정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여러 상황에서의 시력 표기
1) 나안시력(sc) vs 교정시력(cc)
시력 측정 시 맨눈(나안) 상태를 sc
(sans correction)로, 안경 또는 렌즈로 교정한 상태를 cc
(with correction)로 표기합니다.
예)
1.0/0.5 sc
: 우안 나안시력 1.0, 좌안 나안시력 0.5
1.0/1.0 cc
: 우안 교정시력 1.0, 좌안 교정시력 1.0
2) 시력 0.1 미만인 경우
시표 0.1 줄도 읽지 못하는 경우 검사거리를 가까이로 줄여 확인합니다.
예를 들어 2m에서 0.1 시표를 읽었다면, 공식에 따라 시력은 0.05(즉, 0.1 × 2m ÷ 4)로 계산합니다.
3) 손가락 수, 손 움직임, 빛 인지
1m 거리에서도 가장 큰 글자를 읽지 못하면 손가락 수를 세게 해서 측정합니다. 예) FC/30cm
, FC/50cm
등으로 표기(FC = finger count
).
손가락 움직임조차 인지하지 못하면 손의 움직임 여부(HM/30cm 등)로 표시합니다(HM = hand movement
).
빛만 인지한다면 광각 유무(LS(+), LP(+)), 전혀 인지하지 못하면 LS(-), NLP(no light perception)로 기록합니다.
4) 정확한 시력 표기
시력표 한 줄당 시표가 5개 있을 때, “3개 이상” 맞히면 그 줄의 시력으로 인정합니다(예: 0.8줄에서 3개 이상 읽으면 시력 0.8).
“0.8에서 2개만 읽으면 0.63, 3개 이상 읽으면 0.8” 식으로 구분합니다.
더 세분화해서 “0.6 3+2”, “0.8−1” 처럼 표기할 수도 있는데, 이는 통계나 연구에서 구체적인 시력 수준을 나타내고자 할 때 사용합니다.
5) 시력의 통계처리: LogMAR
연구나 논문에서는 시력(0.1, 0.5, 1.0 등)을 LogMAR로 변환해 평균, 표준편차 등을 계산합니다.

정상 시력과 한 눈·두 눈 시력
1) ‘1.0’이 진짜 “정상 시력”일까?
흔히 1.0이면 ‘정상’으로 알고 있지만, 실은 1.25나 1.6 이상의 좋은 시력을 가진 사람이 많습니다.
50세 미만 건강한 사람의 평균 교정시력을 조사했더니 1.25 정도였다고 합니다.
55세가 되어서야 평균 시력이 1.0 정도가 되므로, 1.0은 “평균”보다 조금 낮거나 “정상의 하한선” 정도로 보아야 합니다.
2) 두 눈 시력 vs 한 눈 시력
보통 두 눈 시력이 각 눈의 시력보다 훨씬 좋아지지는 않습니다.
양안으로 볼 때, 특별히 안진증(nystagmus)이나 변시증(metamorphopsia)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좋은 눈 시력’과 비슷하거나 조금 나을 정도입니다.
소아 시력검사
1) 아기의 시력 발달
아기는 해부학적으로나 기능적으로나 시각이 미숙합니다.
황반부의 구조가 성인 수준에 가까워지는 시기는 보통 생후 15~45개월 정도이고, 시신경·뇌피질도 아직 발달 중이므로 시력검사 결과는 편차가 큽니다.
(1) 주시 따라보기(F&F, CSM)
F&F(Fix & Follow): 한쪽 눈을 가렸을 때, 아기가 시선을 고정하고 움직이는 물체를 따라보는지 확인합니다.
CSM(Central, Steady, Maintainable): 동공 중심으로 시선을 고정하고, 눈이 안정적으로 움직이며, 계속해서 유지만 할 수 있는지를 본다는 점에서 F&F보다 좀 더 세밀한 검사 방법입니다.
(2) 가림 반응
만약 한쪽 눈 시력이 매우 떨어지면, 그 눈을 가렸을 때는 아이가 크게 울지 않고, 오히려 좋은 눈을 가렸을 때 더 불편해하고 울며 안대를 떼어내려 할 수 있습니다.
2) 숫자 시력표 vs 그림 시력표
숫자를 확실히 인지할 수 있는 어린이라면 숫자형 시력표를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정확도 ↑).
숫자 6, 9를 잘 구분 못 하거나, 숫자 개념이 부족한 아이는 그림형 시력표를 사용합니다.
다만, 검사 전에 “이 그림은 기차, 이건 자동차”처럼 미리 알려주어야 검사에서 오해가 줄어듭니다.
3) 소아 정상 시력의 범위
2~3세 아이는 대체로 0.5 미만인 경우가 많지만, 어떤 아이는 2세에 이미 1.0을 보기도 합니다.
3~4세에는 평균 0.4~0.63 정도, 4~5세는 0.5~0.8 정도가 일반적입니다.
만 6세 이상이 되어도 0.8~1.0 시력을 보지 못한다면 다른 이상이 있는지 확인이 필요합니다.
특히 양안 시력 차이가 없는지가 중요합니다(약시, 난시, 굴절 이상 등 조기 발견).
근거리시력표
근거리시력은 원거리시력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습니다.
40cm용 근거리시력표를 많이 사용하며, 원거리 시력표를 1/10로 축소 제작한 형태여서 표기 방식은 비슷합니다.
근거리시력표는 “돋보기(돋보기 처방)”나 “저시력용 보조기구” 처방을 위해 주로 사용합니다.
간혹 25cm, 30cm용 시력표가 있을 수도 있지만, 현재는 40cm 기준이 꽤 일반화된 편입니다.
마무리
오늘은 이렇게 시력검사의 기본 원칙부터 검사 방식에 따른 시력 오차의 원인, 소아 시력 및 특수 상황에서의 시력 측정까지 한 번에 정리해보았습니다.
핵심적으로 기억하실 점은, 시력검사는 단순한 광학적 측정이 아니라 “뇌에서 어떻게 인지하느냐”가 관여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검사 환경이나 방식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고, 어린 아기나 성격에 따라 성적이 들쭉날쭉할 수도 있죠.
중요한 것은 “일관된 방식과 환경”에서 반복 검사할 때, 실제 시력 변화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가까운 안과나 병원에서 시력검사를 받으실 때, 너무 한 번의 결과만 믿지 마시고 필요하다면 재검이나 추가 검사를 통해 정확한 시력을 확인하시길 권장드립니다.
감사합니다.
Reference 📖
진용한. 굴절검사와 처방. 서울: 의학출판 수현; 2016.
대한검안학회. 검안의학: 안경처방과 눈검사. 서울: 도서출판 내외학술;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