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관적 시각증상 9,10,11 – 트록슬러 효과
- 내시현상(블루필드내시현상, 광시증, 섬광증 등) – 왜 나한테만 보일까?
- 내시현상 고찰의 역사 – 이상한 것들이 보인다
- 주관적 시각 증상 1 – 빛과 그림자
- 주관적 시각 증상 2 – 압박으로 인한 빛 무늬 (Pressure Figures)
- 주관적 시각 증상 3 – 무늬의 재등장, 명료화 실험
- 주관적 시각 증상 4 – 전기 자극에 의한 빛무늬 (Galvanic Light Figures)
- 주관적 시각 증상 5 – 떠다니는 흐릿한 줄무늬 (Wandering Cloudy Stripes)
- 주관적 시각 증상 6,7,8 – 빛과 맹점
- 주관적 시각증상 9,10,11 – 트록슬러 효과
- 주관적 시각 증상 12,13 – 빛번짐, 혈관패턴
- 주관적 시각 증상 14 – 잔상(Afterimage)
- 주관적 시각 증상 15 – 줄무늬
안녕하세요, 안과전문의 송한입니다.
지난 포스팅에서 “한눈을 사용할 때 다른 눈의 시야에서 발생하는 빛 현상”, “흰 배경을 응시할 때 나타나는 반짝이는 점들”, 그리고 “시신경이 들어오는 지점(맹점, Blind Spot)“에 대한 흥미로운 실험과 관찰 내용을 다뤄봤습니다.
오늘은 그 흐름을 이어서, 9~11 번 주관적 시각 현상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이 현상들은 모두 맹점 주변에서 나타나는 시야의 소실이나 빛의 변화와 관련되어 있어 함께 이해하기 좋습니다.
차례
시야 주변의 물체가 사라지는 현상
Purkinje는 Troxler가 기록한 현상을 재확인하며, 일정한 물체를 고정하여 응시하면 주변의 물체들이 서서히 흐려지다가 사라지는 현상을 자세히 관찰했습니다.
관찰 과정
• 검은 배경 위에 하얀 종이 여러 장을 일정한 간격으로 배치하고 중앙의 종이를 응시합니다.
• 수 초 내에 주변 종이들이 하나씩 흐릿해지며 점점 사라지고, 심지어 중앙의 종이조차 일시적으로 사라지기도 합니다.

• 이 현상이 최대일 때 종이들을 치워 보면, 이전에 다뤘던 “흐릿한 줄무늬(위 그림들)“가 나타나 이동하다 사라졌다고 합니다.
Purkinje는 이 현상을 졸릴 때 책을 읽으면 글자가 사라졌다 나타나는 현상과 비슷하다고 설명합니다.
실제로 망막에서 지속적으로 동일한 자극이 들어오면 Troxler 효과(Troxler’s fading)에 의해 주변부 시야의 물체들이 사라지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위 움직이는 그림의 정 중앙 십자가를 바라봅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주변에 움직이는 분홍 원이 사라지게 됩니다.
이를 트록슬러 효과라고 합니다.
현대 안과학적 해석
이러한 현상은 시각적 주의와 망막의 지속적인 일정 자극으로 인한 시각피질의 피로 및 억제 현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특히 장시간의 컴퓨터 사용이나 특정 패턴 응시 시 발생하는 ‘시야 주변의 흐릿함’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시신경 유입점에서 나타나는 빛나는 고리
Purkinje는 맹점이 단순히 시야의 빈 공간이 아니라 특정 조건에서는 빛으로 둘러싸인 환상(고리)으로 나타난다는 점을 흥미롭게 발견했습니다.
관찰 과정

• 한쪽 눈을 완전히 가리고 눈을 귀 방향(외측)으로 급히 돌리면, 시야의 바깥쪽 가장자리에 둥근 형태의 밝은 빛나는 고리(위 그림)가 나타납니다.
• 이 고리는 눈의 움직임에 따라 내부 공간이 좁아졌다 넓어졌다 하며 깜박거립니다.
• 배경의 색상에 따라 고리의 색상이 달라지는데, 배경이 빨간색일 때 고리는 짙은 파란색으로, 흰색일 때는 회색으로 나타납니다.
• 고리 안쪽 가장자리에는 미세한 줄무늬들이 나타나며, 중심 방향으로 갈수록 줄무늬가 짧아지고 일부는 끊어집니다.
이 현상은 눈을 급격히 움직일 때 시신경이 순간적으로 압박되며 발생하는 기계적 자극이 망막과 시신경 섬유에 전기적 포스핀(Phosphene)을 생성하여 나타난 것으로 추정됩니다.
현대 안과학적 해석
이 현상은 안구가 갑자기 움직이면서 시신경이 당겨지거나 압력을 받을 때 발생하는 포스핀 현상의 일종으로, 맹점 부위가 기계적 및 전기적 자극에 의해 빛으로 인식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맹점에 빛을비췄을 때 나타나는 빛의 현상
Purkinje는 맹점에 직접 빛을 비추면 단순한 빈 공간이 아니라 특별한 빛 현상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실험적으로 밝혔습니다.
실험 과정
• 작은 밀랍 초를 켜서 그 불꽃을 맹점 위치로 옮기면, 불꽃이 사라지고 대신 붉은색의 빛나는 원형의 빛(Nimbus)이 나타납니다.
• 이 빛나는 원형 테두리는 매우 선명하고 규칙적이며, 불꽃을 위나 아래로 조금 이동시키면 원형의 반대쪽에 검은색의 부채꼴 음영이 나타납니다.
• 불꽃을 원형으로 돌리면 반대편에서 음영이 원형을 따라 움직이며, 마치 불순한 유리구슬을 통해 보는 그림자와 유사한 현상이 나타난다고 합니다.
이러한 현상은 맹점 부위에 존재하는 시신경 섬유가 빛을 산란시키고, 투명한 신경 조직을 통해 빛이 확산될 때 특정한 빛무늬와 색상 변화를 유발하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현대 안과학적 해석
이는 맹점 부위에 맥락막이 없어서 정확한 초점이 맞지 않지만, 빛의 산란 현상으로 인해 주변부에 붉은 빛이 퍼지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이 현상은 백내장 등 수정체가 혼탁할 때 나타나는 빛 번짐(Halo)과도 비슷한 원리로 이해됩니다.
정리
9번 : Troxler 현상에 의해 응시 중 주변부 물체가 사라지는 현상
10번 : 맹점 부위가 기계적 자극으로 인해 빛나는 고리로 나타나는 포스핀 현상
11번 : 맹점 부위에 빛을 비출 때 나타나는 특수한 빛 산란과 음영 현상
이번 포스팅에서는 눈과 시신경의 구조적 특성과 기능적 상호작용이 다양한 주관적 시각 현상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이어서 Halo 현상과 눈 속 혈관 패턴(Vascular Patterns of the Eye)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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