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시 그리고 노안
“근시가 있으면 노안이 늦게 온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보셨죠?
이 말은 완전히 틀린 건 아닙니다.
실제로 근시가 있는 분들이 다른 사람들보다 돋보기를 늦게 쓰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왜 그럴까요? 오늘은 근시와 노안의 관계를 살펴보겠습니다.
차례
근시가 있는 사람은 왜 돋보기를 늦게 쓸까?
근시인 분들이 노안이 왔을 때 돋보기를 늦게 사용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1. 가벼운 근시라면, 안경을 벗으면 편하다

근시가 -3.0D 이하로 가벼운 분들은 가까운 물체를 볼 때 안경을 벗기만 하면 됩니다.
안경을 벗으면 조절을 거의 하지 않아도 가까운 게 잘 보이기 때문이죠.
쉽게 말해, 평소 불편했던 근시가 오히려 노안에 도움이 되는 상황인 거죠.
2. 한쪽 눈만 근시가 있을 때
한쪽 눈은 정시(정상 시력)이고, 다른 눈이 근시라면 돋보기 없이도 근거리 작업이 가능합니다.
근시가 있는 눈으로는 가까운 것을, 정시인 눈으로는 먼 곳을 보는 식(모노비전) 으로 자연스럽게 역할을 나눌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모노비전이란? -> 클릭
3. 고도 근시는 안경의 위치 조절로 해결 가능

고도 근시(-9.0D 이상)의 경우는 안경을 눈에서 조금 멀리 두면 돋보기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간단한 원리로 설명하면, 안경을 눈에서 멀게 하면 근거리 시력 향상 효과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평소 안경을 바싹 붙여 쓰다가 가까운 물체를 볼 때만 코끝에 안경을 걸치면 충분히 잘 보입니다.
4. 근시안경을 쓰면 조절력이 덜 필요하다
안경을 착용한 근시는 콘택트렌즈를 착용한 경우보다 가까운 것을 볼 때 필요한 조절력이 훨씬 적습니다.
예를 들어 20cm 앞을 볼 때, 정시나 렌즈 착용자는 5D의 조절력이 필요하지만, -12D의 안경을 착용한 근시는 약 3.5D의 조절력만 필요합니다.
이는 렌즈의 광학적 특성 때문인데요, 이로 인해 안경 착용자는 노안이 와도 근거리 작업 시 상대적으로 더 편한 겁니다.
이 부분은 조금 복잡할 수 있으니, 간단히 정리하면 안경이 눈의 초점 조절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가 있다는 것입니다.
5. 도난시의 경우
45세 이후로 도난시가 생기면, 눈의 서로 다른 축을 통해 가까운 거리와 먼 거리를 각기 다르게 볼 수 있게 되어 돋보기 없이도 불편함이 적을 수 있습니다.
난시의 모든 것 -> 클릭
특이한 사례들

유명한 사례로, 우리나라 최고의 국문학자 중 한 분이셨던 이희승 박사는 70세가 넘어도 돋보기 없이 책을 읽으셨다고 합니다.
이 경우 경도 근시였거나, 좋은 건강과 체력을 가지고 있었거나, 적절한 도난시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70세 이상에도 돋보기 없이 잘 보이는 분 중에서는 경도의 원시가 있는 분도 있습니다.
백내장으로 인한 핀홀 효과 때문에 근거리 시력이 일시적으로 좋아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들은 다소 예외적이지만 실제로 존재합니다.
근시라고 돋보기가 전혀 필요 없는 건 아님
근시가 있으면 노안이 조금 늦게 오는 듯한 착각을 주기도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노안이 심해지면 결국 돋보기나 다초점 렌즈가 필요합니다.
50대 주부의 근시와 노안 경험
52세 여성이 책을 보기가 어려워 병원을 방문했습니다.
그녀는 기존에 -1.5D 안경을 쓰고 있었지만 검사 결과는 실제 -2.0D였습니다.
그래서 원거리용과 근거리용이 결합된 다초점안경을 처방했습니다.
그런데 이 분이 몇 달 후에 병원을 다시 찾았을 때는 새 안경을 쓰지 않고 있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이전에 쓰던 -1.5D 안경은 실제 시력보다 덜 교정된 상태로, 이미 중간거리에서 자연스러운 돋보기 효과를 제공하고 있었던 겁니다.
새로 처방한 안경은 먼 거리와 가까운 거리는 잘 보였지만, 중간거리가 불편해진 것이죠. 이런 갑작스러운 변화가 환자에게는 불편함을 줄 수 있습니다.
기억해야 할 포인트
이 사례를 통해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점은, 이론상 완벽한 처방도 환자의 생활습관이나 기존 상태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으면 환자에게 오히려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충분한 설명과 상담을 통해 환자가 새로운 처방에 잘 적응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오늘의 결론은 간단합니다. 근시가 있으면 노안이 늦게 올 수 있지만, 결국 노안의 영향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Reference 📖
진용한. 굴절검사와 처방. 서울: 의학출판 수현; 2016.
대한검안학회. 검안의학: 안경처방과 눈검사. 서울: 도서출판 내외학술;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