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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관적 시각 증상 12,13 – 빛번짐, 혈관패턴

안녕하세요, 안과전문의 송한입니다.

오늘은 Purkinje가 관찰한 주관적 시각현상 중 12번째와 13번째 항목인 빛번짐(Halos) 현상과 망막 혈관 무늬(Vascular Patterns of the Eye) 에 대해 다루어 보려 합니다.

이 두 현상은 실제로 많은 환자들이 일상생활에서 경험하는 것이기도 하며, 때로는 병적 소견과 혼동되기 쉬운 만큼, 명확한 설명이 필요한 주제입니다.


빛번짐(Halos): 안구 내부에서 시작되는 ‘후광’의 정체

밝은 불꽃이나 어두운 배경 위의 강한 빛 주변에 종종 후광(halos) 이나 빛 번짐 현상이 보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Purkinje는 이 현상이 단순히 광학적인 외부 굴절만의 문제가 아니라, 망막 자체의 불투명성(turbidity) 에서 기인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는 망막을 “작은 수초체(globules of marrow)가 불연속적으로 흩어져 있는 흐린 매질”로 간주했으며, 이로 인해 다음과 같은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 각각의 수초체는 투명하지만, 다중 반사와 산란이 일어나면서 빛의 방향과 강도가 변형됨
  • 이로 인해 밝은 빛 주변에 색이 감도는 후광이 생기거나, 중심 빛이 퍼지듯 보임

Purkinje는 이것을 마치 “희뿌연 유리컵 속의 불빛”이나 “하얀 유리 안의 광원”처럼, 빛이 산란되어 색을 띠는 원리와 유사하다고 했습니다.

단, 이 변화는 안구 외부가 아니라 바로 우리가 그 변화를 느끼는 곳인 망막 자체 안에서 발생한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또한 망막뿐 아니라 공막, 맥락막, 색소상피 등 안구 내부의 다른 조직들의 색소나 투과성 도 후광의 모양, 크기, 밝기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 색소가 적은 밝은 맥락막에서는 빛이 더 깊게 침투하고 반사되어, 후광이 더 넓고 밝게 느껴질 수 있음
  • 색소가 짙은 맥락막에서는 빛이 흡수되어 후광이 덜 보일 수 있음

이러한 차이는 동물마다, 또는 사람 개개인의 유전적 특성에 따라 다를 수 있죠. 결국 Purkinje는 이렇게 정리합니다:

만약 우리가 다른 동물의 시각 시스템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면, 세상의 밝기와 색감은 지금과 전혀 다른 양상으로 보일 것이다.


망막 혈관 무늬: 우리가 평소에는 보지 못하는, 우리 눈 안의 ‘나무’

빛번짐을 관찰하던 Purkinje는 또 하나의 놀라운 발견을 하게 됩니다.

바로 망막 혈관 무늬(Purkinje Tree) 입니다.

그는 이를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관찰했습니다:

실험 방법

  • 촛불을 눈에서 몇 인치 떨어진 곳에 두고, 촛불을 원을 그리듯 움직입니다.
  • 이때 밝은 광원이 망막 내에서 움직이듯 비춰지게 되며, 그 배경 위로 어두운 가지 모양의 무늬가 드러납니다. ![[스크린샷 2025-05-13 오후 5.37.49.jpg]]
  • 중심에서 뻗어나가는 혈관의 가지치기 형태가 뚜렷이 보입니다.
  • 중심에는 어두운 둥근 얼룩이 있는데, 이는 중심정맥(optic disc) 부분으로 보이며, 빛의 방향에 따라 공간감 있게(함몰처럼) 나타남
  • 혈관은 위와 아래로 두 갈래로 크게 나뉘고, 중심을 향해 휘어 들어갑니다.
  • 동일한 실험을 왼쪽 눈에서도 반복했지만, Purkinje는 중심 얼룩이 더 불규칙적이었다고 기록합니다.

이 현상이 보이는 조건

  • 눈을 약간 안쪽으로 돌리고, 측면에서 빛이 들어오게 할 때
  • 갈바닉 자극(전기 자극)을 주었을 때
  • 눈을 강하게 눌렀을 때 (압박성 포스핀 유도 시)
  • 밝은 배경을 보다 눈을 감았을 때 생기는 잔상 속에 짧게 나타날 때

즉, 우리 눈 안에는 항상 존재하는 혈관 구조가 있으며, 망막이 직접적으로 조명을 받거나 잔상 상태일 때 이 구조가 일시적으로 드러날 수 있다는 뜻입니다.

Purkinje는 이 구조를 직접 그리고 분석하면서, 중심정맥 외에도 시신경 유입부 주변의 작은 망이 함께 관찰된다고 설명합니다.

그는 이 구조를 통해 시신경계 내 전기신호가 시각적 이미지로 어떻게 투영될 수 있는지에 대해 더 넓은 통찰을 가졌으며, 이는 후속 실험들(예: 압박, 잔상, 전기자극)로 연결됩니다.


현대 안과학적 해석

빛번짐(Halos)

현대 안과에서는 빛번짐 현상을 다양한 원인으로 설명합니다:

  • 각막 혼탁/부종: 수술 후, 염증, 콘택트렌즈 부작용 등
  • 수정체 혼탁: 초기 백내장 등으로 중심 초점이 퍼지면서 생김
  • 산란광 증가: 빛이 망막에 도달하기 전 중간 매질(각막, 방수, 수정체, 유리체 등)에서 퍼짐

그러나 Purkinje는 이러한 ‘기질적 질환’ 이전에도 건강한 눈에서 나타날 수 있는 후광에 대해 설명하고 있으며, 이는 안구 내부의 정상적인 구조와 물리적 특성만으로도 충분히 발생 가능한 ‘주관적 시각 현상’임을 보여줍니다.

망막 혈관 무늬

우리는 보통 자기 눈 안의 혈관을 인식하지 못합니다.

뇌에서 자동으로 ‘배경 노이즈’처럼 걸러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특정 조건에서는 이 무늬가 ‘등장’할 수 있습니다:

  • 빠르게 움직이는 광원(촛불, 스마트폰 플래시 등)
  • 고주파 전기 자극 또는 강한 눈 압박
  • 눈을 감기 직전, 또는 잔상이 남아 있을 때

이 패턴을 “Purkinje Tree”라 부르며, 안과 교과서에도 실려 있습니다.

실제 임상에서는 환자가 이 무늬를 자각하고 불안해할 때 이를 설명해주는 경우도 생깁니다.


결론

이번 포스팅에서는

  • 망막 내부 구조와 빛의 상호작용으로 발생하는 빛번짐 현상,
  • 그리고 우리가 보지 못하는 망막 혈관 그림자, 즉 Purkinje Tree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이는 모두 우리의 눈이 단순히 외부 빛을 받아들이는 기계가 아니라, 내부 구조의 반응성과 신경생리적 특성에 따라 다양한 시각적 경험을 만들어낸다는 점을 다시 한번 보여줍니다.

다음 시간에는 Purkinje가 관찰한 잔상(Afterimage) 현상을 다뤄볼 예정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질문은 커뮤니티를 이용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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