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조절(조절기능): 가까운 곳도, 먼 곳도 선명하게 보는 비밀
안녕하세요, 안과전문의 송한입니다.
오늘은 눈조절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가까운 곳을 보다가도 바로 먼 곳을 선명하게 바라볼 수 있는 이유, 노안이 오는 원인, 조절력을 측정하는 방법 등 조금은 복잡해 보이는 조절의 모든 것을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눈조절(조절기능)이란?
정의와 필요성
사람의 눈은 자동초점 카메라처럼, 멀리 있는 물체를 보다가도 가까운 물체를 볼 때 순식간에 초점을 맞출 수 있습니다.
이를 눈조절(조절기능)이라고 부르며, 이 능력이 있어야 먼 곳부터 가까운 곳까지 폭넓은 거리를 선명하게 볼 수 있죠.
만약 눈조절 기능이 전혀 없다면, 정시안의 경우 먼 곳은 잘 보이겠지만 가까운 곳은 초점이 맞지 않아 흐릿하게 보이게 됩니다.
실제로 45세 전후부터는 조절력이 서서히 감소(노안)하기 시작하고, 70세 이후에는 아예 조절 능력이 거의 상실되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나이가 들면 돋보기를 사용해야 하는 것이죠.
조절이 일어나는 기전

모양체근(ciliary muscle) 수축: 가까운 물체를 뚜렷하게 보려면 모양체근이 수축하고, 이로 인해 수정체를 지지하는 모양체소대(zonule)가 느슨해집니다.
수정체의 볼록화: 느슨해진 모양체소대 덕분에 말랑말랑한 수정체는 더욱 볼록해지고, 굴절력이 커져 가까운 물체가 선명하게 맺히게 됩니다.
조절의 핵심: 수정체 전면의 곡률 변화가 특히 중요합니다. 평소에는 전면·후면 곡률이 각각 약 10mm, 6mm 정도지만, 최대 조절 시엔 전면이 6mm까지 감소(볼록해짐)하여 굴절력을 크게 높입니다.
조절의 휴식상태(dark focus)

주변에 뚜렷한 물체가 없거나, 캄캄한 밤·빈 하늘처럼 볼 대상이 없는 경우 눈은 완전히 이완되지 않고 약간 조절된 상태에 머문다고 합니다.
이를 “조절의 암흑초점(dark focus of accommodation)”이라 부르며, 이때 실제 굴절 상태는 약간 근시 쪽으로 변하기 쉽습니다.
그래서 밤에 멀리 있는 물체가 더 흐릿하게 보이는 야간근시(night myopia)가 생기기도 합니다.
연령에 따른 변화

40대 초반부터 가까운 물체를 보다가 멀리 볼 때 초점이 바로 맞지 않는다고 느끼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는 조절을 푸는 속도(조절이완시간)가 늦어졌음을 의미합니다.
대략 50세가 되면 10세 때의 조절속도보다 2.5배 정도 느려지고, 나이가 들수록 수정체가 딱딱해지면서 조절력 자체도 급격히 떨어집니다(노안).
노안과 위(僞)조절
노안
나이가 들면 수정체 탄력성이 떨어지고 모양체근 수축력이 줄어들어, 가까운 거리를 볼 때 초점을 맞추기 어려워집니다.
증상: 가까운 글씨가 흐리게 보이거나 방이 어둡다고 느끼게 되며, 팸플릿 글자가 작다고 불평하는 경우도 흔합니다.
치료: 돋보기나 다초점렌즈 등을 처방받지만, 그 외 조절력을 근본적으로 회복시키는 수술은 아직 완전히 만족스러운 결과가 드물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위조절(pseudo accommodation)
백내장 수술로 수정체가 없거나(무수정체), 인공수정체를 삽입한 눈에서도 일부 “앞뒤 거리”를 다 볼 수 있는 현상을 말합니다.
사실상 조절이 되지는 않지만, 동공이 작아지면서 생기는 핀홀 효과, 초점심도 증가 등의 이유로 어느 정도 가까운 거리까지 보이는 것입니다.
조절력의 기본 개념
근점(Near Point)과 원점(Far Point)
근점: 최대 조절을 했을 때 선명하게 볼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지점입니다.
예컨대 정시안이 10cm 앞 물체를 똑똑히 볼 수 있다면, 근점은 10cm이며 조절력은 +10디옵터(1/0.1m)입니다.
원점: 조절을 전혀 하지 않은 상태에서 맑게 볼 수 있는 가장 먼 지점을 의미합니다.
정시안의 경우 원점은 무한대(∞)가 되고, 근시나 원시는 각각 자신의 눈 상태에 따른 특정 거리(또는 가상의 점)로 계산됩니다.
조절범위와 조절력
조절범위: 원점과 근점 사이의 실제 거리입니다.
조절력: 그 범위를 디옵터(D)로 환산한 값. 예를 들어, 10세 전후 아이는 평균 13~14디옵터 정도의 높은 조절력을 지니지만, 40세가 되면 대략 4~6디옵터 수준으로 줄어듭니다.
조절력 측정법
조절력을 정확히 측정하려면 환자의 집중력과 검사 환경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검사 거리를 어떻게 설정하느냐, 시표의 크기나 조명 정도가 어떠하냐에 따라 값이 조금씩 달라질 수 있습니다.
푸시 업(push-up) 방법
- 환자의 원거리 굴절이상을 완전히 교정한 상태에서 시작합니다.
- 글자(시표)를 눈 가까이 서서히 이동시키면서 “흐릿해졌다”고 느끼는 지점을 근점(NPA)으로 삼습니다.
- 근점의 역수(1/거리(m))가 조절력(디옵터)이 됩니다.
- 예) 10cm(0.1m)까지 또렷하게 보였다면, 조절력 = 1/0.1 = 10디옵터.
렌즈 추가(Spherical Add) 방법
- 40cm 앞에 있는 작은 글씨를 보게 한 뒤, 플러스(+) 렌즈를 점차 세게 넣어가면서 “흐려진 시점”을 찾습니다(조절이 완전히 풀린 상태).
- 다시 마이너스(−) 렌즈를 차례대로 추가하며 “더 이상 글씨가 안 보이는 시점”까지 측정합니다.
- 플러스와 마이너스 렌즈의 차이가 곧 해당 환자의 조절력이 됩니다.
조절과 눈모임(Convergence)의 관계
가까운 물체를 볼 때는 단순히 수정체만 두꺼워지는 것이 아니라, 양 눈이 안쪽(코 쪽)으로 같이 움직이면서 동공도 축소됩니다.
이런 세 가지 현상(눈모임, 조절, 동공축소)이 함께 일어나는 것을 근접반사(near reflex)라고 합니다.
조절이 필요 없는데도, 두 눈이 코 쪽으로 모여야만 하는 상황(예: 근시 환자가 안경 없이 가까운 물체를 볼 때) 등에서 상대적 불균형이 발생하면 눈피로(asthenopia)가 생기기도 합니다.
조절과 굴절이상의 관계
사람의 굴절상태(근시·원시 등)는 조절 상태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안압(눈의 압력) 변화: 각막 곡률에 미세한 변화를 일으켜 굴절력을 바꾸기도 합니다.
과도한 조절: 장시간 근거리 작업(컴퓨터, 독서) 후에 조절이 풀리지 않은 채로 굴절검사를 하면 실제보다 근시가 심한 것처럼 측정될 수 있습니다.
바이오리듬: 몸 컨디션이나 생체리듬, 흥분·이완 상태도 시력(굴절값)에 영향을 미칩니다.
조절마비제(Cycloplegics)의 활용
조절마비하 굴절검사(CR)
일반 굴절검사(MR)만으로는 ‘과도한 조절’이 있거나 원시·사시가 있는 아이들의 실제 굴절 상태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이때 조절마비제를 점안해 조절을 억제한 상태에서 검사를 하면 더 정확한 굴절도를 얻을 수 있습니다.
- 장점: 진짜 굴절 상태 확인 가능.
- 단점: 시간이 오래 걸리고, 약물 부작용(부교감 신경 차단), 동공 확대로 근거리 시야가 불편해지는 등의 문제가 있습니다.
조절마비 회복 후 굴절검사(PCR)
- 어떤 선생님들은 MR(현성 굴절검사), CR(조절마비하 굴절검사), PCR(조절마비 회복 후 굴절검사)를 모두 시행하기도 합니다.
- 다만, 보통은 MR과 CR 결과를 비교해 처방하면 충분한 경우가 많습니다. PCR까지 반드시 할 필요성은 상황에 따라 다릅니다.
조절이상 질환들
노안(老眼)
앞서 언급했듯, 대표적인 “조절장애”는 노안입니다.
수정체 탄력 저하, 모양체근의 약화, 조절 자체가 늦어짐 등을 종합해 가까운 글씨가 잘 안 보이게 되는 것이죠.
조절과다증 & 조절부족증
조절과다증: 히스테리, 특정 약물, 외상, 뇌질환 등으로 인해 지나치게 조절이 들어가 심한 근시처럼 보이는 경우입니다(가성근시).
조절부족증: 어떤 이유로 충분한 조절이 되지 않아 가까운 글씨가 흐려지거나 쉽게 피곤해지는 상태입니다.
모임부족증(convergence insufficiency)이 동반되면, 책을 오래 볼 수 없고 흐리게 보이며 복시(겹쳐 보임)까지 생기기도 합니다.
요약
- 눈조절(조절기능)은 모양체근 수축과 수정체 굴절력 변화를 통해, 먼 곳과 가까운 곳을 모두 볼 수 있게 해주는 핵심 기능입니다.
- 조절력은 나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감소(노안)하며, 40대 중반 이후 돋보기가 필요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 조절 측정은 “푸시업 방법”이나 “렌즈 추가 방법”으로 할 수 있고, 수치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조명, 시표 크기, 집중력 등)이 존재합니다.
- 조절마비제는 굴절검사 시 조절을 풀어 실제 굴절 상태를 확인하는 데 유용하지만, 시간이 걸리고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 상황에 따라 적용해야 합니다.
- 조절이상은 노안·조절과다증·조절부족증 등으로 분류하며, 증상과 원인은 다양합니다.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안경 처방, 눈모음 운동, 경우에 따라 수술)로 증상을 완화할 수 있습니다.
가까운 곳, 먼 곳 어디든 불편함 없이 잘 보려면, 자신에게 맞는 조절 상태와 굴절 교정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본 글이 조절기능에 대해 이해를 넓히는 데 도움이 되셨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Reference 📖
진용한. 굴절검사와 처방. 서울: 의학출판 수현; 2016.
대한검안학회. 검안의학: 안경처방과 눈검사. 서울: 도서출판 내외학술;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