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관적 시각 증상 15 – 줄무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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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관적 시각 증상 15 – 줄무늬
안녕하세요, 안과 전문의 송한입니다.
오늘은 Purkinje가 관찰한 주관적 시각 현상 중 하나인 평행선을 볼 때 생기는 흐릿한 줄무늬(Cloudy Streaks While Viewing Parallel Lines)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이 주제는 일상에서도 경험할 수 있는 ‘이상한 시각 왜곡’ 중 하나인데, 생각보다 복잡한 시각 생리학적 배경을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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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평행선을 보면 왜 줄무늬가 뭉개져 보일까?
Purkinje는 아주 정밀하게 새겨진 평행선을 응시하던 중, 그 선들이 뿌옇고 흐릿한 줄무늬로 보이는 현상을 경험했습니다.
특히 선이 그려진 종이를 앞뒤로 움직이거나, 시선을 고정한 채 페이지를 중심으로 회전시키면 선이 퍼져 보이고 개별 선들이 서로 분간되지 않게 됩니다.
- 수평선은 수평 방향으로 흐릿해졌고
- 수직선은 여전히 수직을 유지하지만 약간 왜곡됐으며
- 동심원 형태의 선은 뿌연 그림자가 원형으로 회전하는 듯 보였다고 합니다.
Purkinje는 이 현상이 단순한 잔상(afterimage)의 일종이 아닐까 생각했지만, 이후 실험을 통해 더 복잡한 기전을 발견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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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행선과 잔상이 겹칠 때 생기는 시각 효과

그는 흰 종이에 2mm 간격으로 매우 정밀한 검정색 평행선을 그려 관찰했습니다. 실험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 하얀 공간을 먼저 주시한 뒤, 검은 선을 보면:
- 흰 배경은 더 하얗게, 검은 선은 더 검게 보입니다.
- 이는 망막에서 자극받지 않은 부분이 상대적으로 더 민감해져, 대비 효과가 과장되기 때문입니다.
- 반대로 다시 검은 선에서 하얀 배경으로 눈을 돌리면:
- 검은 선과 하얀 배경 모두 회색빛으로 뿌옇게 보입니다.
- 이때 두 번째로 생기는 ‘흰색 잔상(afterimage)’이 시야 위에 얹히면서 원래 이미지와 섞이게 됩니다.
- 종이를 앞뒤로 흔들면:
- 이러한 잔상과 실제 선들이 서로 겹치며 왜곡된 패턴이 발생합니다.
- 원래 선이 수평이면 이차적인 뿌연 줄무늬도 수평 방향으로 형성됩니다.
이 과정을 통해 Purkinje는 시각 피로 또는 잔상이 단순히 ‘이미지를 남기는’ 것을 넘어서, 시각 정보 처리에 실질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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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행선 왜곡의 또 다른 버전: 이중 이미지와 색 대비
하지만 Purkinje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그는 비슷한 선들을 그려 놓고, 서서히 뒤로 물러나며 어떤 변화가 있는지를 확인했습니다.
- 처음엔 7~20cm 거리에서는 선이 또렷하게 보입니다.
- 하지만 약 38cm 이상 떨어지면, 흰 줄은 두 개의 평행한 이미지로, 검은 줄도 동일하게 이중으로 겹쳐 보이는 현상이 생깁니다.
- 두 이미지가 서로 겹치며 교차하는데, 이때 나타나는 색상이 매우 흥미롭습니다:
- 흰 줄이 검은 줄에 덮이면 푸르스름하게,
- 검은 줄이 흰 줄에 덮이면 노르스름하게 보입니다.
이는 망막에서 이차적 이미지(secondary image)가 형성되는 위치가 미묘하게 바뀌기 때문이며, 흰색과 검은색이 교차되면서 발생하는 잔상 대비 효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가까운 거리에서 빗 같은 물체를 하얀 벽 앞에 두고 보면 누구나 쉽게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이때 검고 흰 고운 줄무늬가 망막 위에서 겹치며 이상한 줄무늬가 생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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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런 시각 왜곡이 생길까?
이 모든 현상은 ‘빛의 초점 위치’, ‘망막 자극의 지속 시간’, 그리고 ‘대비 효과’의 상호작용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 수정체를 지나온 빛은 망막의 중심부에 초점을 맺습니다. 하지만 그 주변에서는 겹치거나 어긋난 빛들이 존재합니다.
- 이때 잔상(afterimage)이 생성되고, 외부 자극과 겹치면서 실제와 다른 이미지가 보이는 것입니다.
- 게다가 선명한 색 대비와 패턴 반복은 눈의 자극 민감도를 더욱 높여, 잔상이 더 또렷하게 인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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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안과학적으로는?
이러한 현상은 시각적 적응(visual adaptation)과 잔상 후처리(afterimage processing), 그리고 망막 대비 민감도(retinal contrast sensitivity)와 관련이 있습니다.
- 뇌의 시각 피질(V1~V4)에서는 대비 정보와 형태 정보가 동시에 처리되며,
- 자극 후에도 일부 세포는 ‘기억된 자극’을 짧게 유지해 잔상처럼 보이게 하죠.
- 특히 고정된 패턴과 반복 자극은 착시현상(optical illusion)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이러한 지식은 안경 렌즈 디자인, 디지털 디스플레이 설계, 시력 검사 차트 배치에도 실제로 활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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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및 요약
Purkinje는 단순히 ‘선이 흐려 보인다’는 일상적 경험 속에서, 망막과 뇌의 복잡한 협업을 감지하고 실험으로 분석해냈습니다.
그는 평행선이 잔상과 겹치며 왜곡되는 현상, 뒤로 물러나면서 발생하는 이중 이미지, 대비에 따른 색상 변화 등을 집요하게 관찰하며 “눈이란 단순히 보는 기관이 아니라, 보는 방식까지 만들어내는 능동적 해석자”라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이런 관찰은 이후 시지각 연구와 현대 시각 생리학의 기초가 되었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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