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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관적 시각 증상 14 – 잔상(Afterimage)

안녕하세요, 안과전문의 송한입니다.

오늘은 주관적 시각 현상 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졌으며, 동시에 중요한 현상 중 하나인 잔상(Afterimage)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잔상이란 강한 빛이나 밝은 사물을 잠깐 본 후 눈을 감거나 어두운 곳을 볼 때, 원래 보았던 이미지가 그대로 또는 색깔이 변한 상태로 일정 시간 동안 남아있는 현상을 말합니다.

흔히 사진을 찍을 때 터지는 플래시를 본 후 눈앞에 잠시 남는 이미지를 생각하시면 이해가 쉬울 겁니다.


잔상(Afterimage)이란 ?

잔상

Purkinje는 눈에 비춰진 강렬한 빛이 사라진 후에도 일정 시간 동안 이미지가 지속해서 보이는 현상 “잔상(Afterimage)“이라고 정의했습니다.

그는 이 잔상 현상이 단지 시각적 착각이나 이상현상이 아니라, 실제 물리적 세계의 객관적인 상태에 대응하는 중요한 현상이라고 강조합니다.

우리의 감각기관, 특히 눈은 매우 정교한 측정 도구처럼 외부 세계의 변화를 민감하게 반영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잔상 현상은 일종의 ‘망막에 남은 빛의 흔적’으로 이해될 수 있으며, 외부의 물체나 빛을 볼 때마다 미세한 수준에서 망막 내 물질이 일시적으로 변형되어 이 같은 잔상이 남게 된다는 것입니다.


잔상 현상에 대한 구체적인 실험과 관찰

Purkinje는 잔상 현상을 몇 가지 실험을 통해 자세히 관찰하고 이를 구체적으로 기록하였습니다.

실험 1: 촛불을 짧게 본 경우의 잔상

어두운 방에서 촛불을 잠시 바라본 뒤, 바로 눈을 손으로 가려 완전한 암실 상태를 만들면 다음과 같은 현상이 나타납니다.

  • 처음에는 촛불과 같은 모양의 밝고 하얀 이미지가 나타납니다.
  • 이어서 이 이미지는 가장자리에서부터 빠르게 사라지며 붉은색으로 변하고, 다시 내부에서 점차 어두워지면서 사라집니다.
  • 최종적으로 회색의 희미한 테두리만 남으며 천천히 완전히 사라집니다.

이때 흰 종이를 보게 되면 처음엔 흰색 배경 위에 하얀 촛불 이미지가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며 잔상 이미지가 배경의 밝기에 따라 점차 어두워지거나 밝아지는 색상 변화를 보이게 됩니다.

실험 2: 촛불을 오랫동안 본 경우의 잔상

촛불을 약 12초에서 1분 정도 오랫동안 응시한 경우, 잔상은 더 오래 지속되며 보다 복잡한 색깔의 변화를 보입니다.

  • 최초의 매우 밝은 흰색 이미지는 빠르게 사라지고 노란색, 빨간색, 파란색 등의 다양한 색상의 이미지가 겹쳐서 순차적으로 나타납니다.
  • 이 색깔 이미지는 각기 다른 속도로 사라지며, 최종적으로 검은색의 이미지가 가장 오래 지속됩니다.
  • 이때 Purkinje는 여러 겹의 색이 마치 “겹쳐진 종이장”처럼 위에서부터 차례로 사라지는 것으로 비유합니다.

실험 3: 더 강한 빛(태양이나 강렬한 반사광)을 본 경우의 잔상

태양이나 렌즈를 통해 집중된 강한 빛을 짧게 본 경우에도, 어두운 배경 위에 강렬한 흰색 이미지가 오래 지속되고 이후 빠르게 다양한 색깔의 잔상이 나타납니다.

이 잔상은 촛불보다 더 강하고 선명하게 보이게 됩니다.

실험 4: 창문과 같은 덜 강한 빛을 본 경우의 잔상

맑지 않은 날 창문을 약 20초 정도 본 뒤 눈을 가리면, 창문 유리 부분은 하얗고 창틀은 검게 보이면서 이 현상이 몇 번 반복되며 수 분 동안 유지됩니다.

밝기나 강도가 상대적으로 약한 자극에도 불구하고, 잔상이 생각보다 오랫동안 지속됨을 알 수 있습니다.

실험 5: 뉴턴의 색상 원판과 잔상 현상

뉴턴의 원판

Purkinje는 뉴턴의 회전 색상 원판을 사용한 실험에서도 잔상의 존재를 확인합니다.

빠르게 회전하는 색상 원판을 오랫동안 보면, 원판의 색들이 개별적으로 구분되지 않고 합쳐져 하나의 색으로 보이게 됩니다.

이 또한 망막에서 지속되는 잔상 효과 때문이며,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가 반투명하게 보이는 원리도 이 잔상 현상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잔상 현상의 현대적 이해와 임상적 의미

오늘날 안과학에서는 잔상 현상을 망막의 광수용체(photoreceptor)가 강한 빛 자극 이후 일시적으로 활성 상태에 남아 있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설명합니다.

강한 빛이 시세포에 도달하면 그 흥분이 바로 사라지지 않고 일정 시간 동안 신경계에 남아 뇌로 계속 신호를 보내기 때문에 잔상이 생기는 것입니다.

이는 단순히 빛의 강도뿐만 아니라 색깔과 망막의 적응 상태에 따라서도 잔상의 색깔과 지속 시간이 달라질 수 있으며, 이는 실제 임상에서도 중요한 검사법으로 활용됩니다.


마무리

잔상 현상은 우리가 매일 경험하지만 쉽게 지나치기 쉬운 매우 중요한 현상입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눈과 뇌가 빛과 색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으며, 안과학적으로도 다양한 질환의 진단과 관리에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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