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시 안경, 언제부터 써야 할까요?
안녕하세요 안과전문의 송한입니다.
지난 원시의 전반적인 내용에 이어서, 오늘은 원시의 경우 언제, 왜 안경을 착용해야 하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차례
“시력이 나쁘대요…”
안과 검진에서 처음 듣게 되는 아이의 원시
소아에서 원시로 인해 안경이 필요한지 판단하는 일은 의외로 복잡합니다.
많은 부모님들이 “유치원 시력검사에서 시력이 떨어졌다고 해서 왔어요”,
“아이 눈이 자꾸 찡그려 보여서 걱정이에요”,
“책을 잘 안 보려고 해요”
같은 이야기를 하며 병원을 찾습니다.
반면, 성인 중에는 “나는 눈이 좋았는데 왜 요즘 흐릿하죠?”라며 내원한 후, 뒤늦게 본인이 원시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보통 이런 분들은 젊을 때 시력이 좋다며 자랑하던 분들이죠.
예 : 집중 못 하던 아이, 안경을 쓰고 달라지다?
5세 여자 아이가 유치원에서 시력검사 후 ‘시력이 나쁘다’는 소견으로 병원에 왔습니다.
평소 책은 싫어하고 뛰어노는 걸 좋아하며, 집중력이 낮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고 합니다.
검사 결과, 두 눈 모두 +4.50D 정도의 원시가 있었지만 안경을 끼면 시력이 1.0으로 잘 나오는 상태였어요.
사시도 없고 약시도 아니었습니다.
이 경우 꼭 안경이 필요할까요?
반드시 그렇진 않습니다.
교정 시력이 잘 나오고 특별한 사시가 없다면 관찰만 해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눈을 찡그리고 집중력 문제가 있다고 하면,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설명과 함께 안경을 처방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는 아래처럼 도수를 조금 줄여서 처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안경처방*
우안: +3.00D sph
좌안: +3.00D sph
안경을 써보게 하고, 아이가 거부감 없이 잘 쓰면 유지하도록 하고, 그렇지 않으면 꼭 강요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해줍니다.
원시의 정도와 교정 시력이 중요한 이유
경도 원시(+2.50D 미만)는 시력이 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 꼭 안경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반면 원시 도수가 +3.00D 이상이면, 시력이 저하되거나 눈의 피로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집니다.
시력은 잘 나오지만 교정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경우, 안경 착용을 통해 회복 속도가 빨라지는 것을 종종 경험하게 됩니다.
특히 난시가 동반된 원시는 안경을 착용했을 때 회복이 훨씬 빠릅니다.
초등학교 전까지는 조금 여유를 가져도 된다
시력은 시간이 지나며 자연스럽게 호전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실제로 정시화 과정(자라면서 원시 도수가 줄어드는 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에, 초등학교 이전이라면 무조건 안경을 씌우기보다는 경과 관찰을 하는 편이 더 좋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경과 관찰을 한다고 해서 위험 부담이 없는 건 아닙니다.
고도 원시(예: +5.00D 이상)나 사시 동반, 약시 위험이 있는 경우에는 조기 개입(안경 착용)이 중요합니다.
원시 교정에 대한 서로 다른 견해들
안경을 처방할지 말지를 결정할 때, 의사마다 기준이 다릅니다.
실제 미국의 한 설문조사 결과,
만 2세의 경우 +3.00D에서 안경을 처방한다는 의사는 약 25%, +5.00D 이상은 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약 66%였습니다.
난시의 경우는 +2.50D 이상이면 대부분이 처방한다고 답했습니다.
옵토메트리스트(안경사)는 조금 더 이른 시점에서 처방하는 경향이 있고, 소아안과의사(MD)는 비교적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국 소아안과학회(AAPOS)에서는 다음과 같은 가이드라인을 제시합니다:
- 만 1세 미만: +6.00D 이상
- 만 1~2세: +5.00D 이상
- 만 2~3세: +4.50D 이상
하지만 이 기준도 “전문가의 경험과 임상적 인상에 기반한 것”으로 과학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습니다.
또한 모든 기준은 CR(조절마비하굴절) 기준입니다.
조절이 가능한 아이들, 얼마나 줄여서 처방할까?
CR 도수를 전부 처방할 것인지 줄일 것인지는 의사마다 다릅니다.
미국 조사에서는 대부분(약 88%)이 도수를 줄여서 처방하며,
- 1/3로 줄이는 경우 (예: +6.00D → +4.00D): 소수
- 1/2 정도 줄이는 경우: 약 15~20%
- 2/3 정도 줄이는 경우: 약 11%
- 나머지는 ‘기타’: 즉 상황별 유동적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정답은 없습니다.
다양한 옵션 중에서 아이에게 최선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조율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고도원시, 처방을 줄이면 생기는 문제
어떤 9세 아이는 +9.00D의 고도 원시를 가지고 있었지만, 의사가 +5.00D만 처방한 후 내원 2주 만에 조절성 내사시가 생겼습니다.

안경을 쓰고 나서 시야가 또렷해지자, 남은 +4.00D만큼을 스스로 조절하다가 눈이 안으로 몰리게 된 겁니다.
안경착용 전에는 아예 시력이 낮아 잘 보려는 노력도 없었다가, 안경착용 후 조금 보이니 더 잘보려 하면서 발생한 조절력으로 인한 현상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아주 드물지만 나타날 수 있습니다.
물론 결론적으로 아이의 **벌림성 융합 능력(fusional divergence)**이 부족했던 것이 주된 원인이었지만, 부모님 입장에서는 “안경 쓴 후 눈이 돌아갔다”는 결과만 보이게 되죠.
이렇듯 고도 원시에서 부분 교정은 조심스러워야 합니다.
원시성 부등시, 한쪽 눈만 나쁠 땐?
한 눈은 +2.50D, 다른 한 눈은 +4.50D의 원시가 있고, 후자의 눈이 약시라면 다음 고려사항들이 있습니다.
- 안경을 처방할까?
- 얼마나 교정할까?
- 약시 치료를 해야 할까?
- 치료 방법은?
대부분의 경우 안경만 잘 써도 시력이 호전되지만, 안경만으로도 호전이 없다면 약시 치료를 병행해야 합니다.
대표적인 방법으로는 아트로핀 점안, 또는 일부에서는 가림치료를 병행하기도 합니다.
여러가지 방법이 의사마다 다 있겠지만,
보통 안경을 착용한 채로 3~4개월 경과 관찰
변화가 없을 때 아트로핀 점안을 추가.
가림치료의 경우 입체시 면에서 주의가 필요하고, 나이가 많을수록 순응도가 떨어집니다.
성인에서의 원시, “노안이 빨리 온 것 같아요”
30~40대 성인이 “갑자기 눈이 잘 안 보인다”며 병원에 오는 경우, 검사 결과 +1.00D 이상의 원시가 발견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원시가 조절로 가려져 있다가, 나이가 들면서 조절력이 떨어지고 불편함이 생기는 것이죠.(이전 포스팅 참고)
예를 들어, 50세 환자가 “책은 돋보기로 보는데, 회의 때 화면이 흐릿하다”고 찾아왔습니다.
검사 결과 +1.50D의 원시가 있었고, 돋보기도 코끝에 걸쳐 겨우 쓰던 상태였죠.
돋보기를 코 끝에 걸쳐본다는 것은 돋보기 도수가 약하다는 의미입니다.
*안경처방*
우안: +1.00D
좌안: +0.75D
Add +2.00D (다초점 추천)
마무리하며 – “모두에게 똑같은 정답은 없습니다”
소아 원시 안경 처방은 결코 단순하지 않습니다.
단순히 도수 수치만으로 결정할 수 없고,
아이의 시력, 양안 기능, 증상, 연령, 환경까지 모두 고려해야 합니다.
✔ 안경은 치료일 수도 있고,
✔ 단지 피로 완화용 도구일 수도 있으며,
✔ 때로는 아무 것도 안 해도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처방 기준이 의사마다 다르다”는 건, 단점이 아니라 그만큼 아이에게 맞는 맞춤형 접근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질문은 커뮤니티를 이용 바랍니다.
Reference 📖
진용한. 굴절검사와 처방. 서울: 의학출판 수현; 2016.
대한검안학회. 검안의학: 안경처방과 눈검사. 서울: 도서출판 내외학술;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