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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 – 개론

안녕하세요 안과전문의 송한입니다.

이제까지 근시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이제 원시에 대해 알아볼텐데요, 조금은 복잡할 수 있어 최대한 쉽게 풀어가겠습니다.

멀리 보이는 눈? 사실은 망막 뒤에 초점이 맺히는 눈입니다

— 원시의 정체, 제대로 이해해 보기

흔히들 “멀리 있는 건 잘 보이는데 가까운 건 흐려요”라고 말하며 원시를 설명하지만, 이 말은 사실 노안의 설명에 더 가깝습니다.

원시는 단순히 ‘멀리 보이는 눈’이 아니라, 눈으로 들어온 빛이 망막에 정확히 맺히지 못하고 그 뒤쪽에 초점이 생기는 상태입니다.

정시와 원시

이 초점은 눈 속 근육의 힘인 “조절력”으로 바꿀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조절력에 따라 잘 볼 수도, 잘 못 볼 수도 있는 눈이 됩니다.

아래에서 더 이해하기 쉽게 이어가겠습니다.


원시는 왜 생길까요?

크게 두 가지 원인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굴절성 원시 (Refractive Hyperopia)

  • 각막이나 수정체가 너무 평평하여, 빛을 적절히 굴절시키지 못합니다.
  • 또는, 눈 내부 매질의 굴절률이 낮아 빛의 굴절이 약한 경우입니다. 결과적으로, 망막보다 뒤에 상이 맺히게 됩니다.
  • 즉, 카메라로 비유하자면 렌즈의 문제

축성 원시 (Axial Hyperopia)

  • 안구 길이 자체가 짧은 경우입니다.
  • 눈의 굴절력은 정상이지만, 안구가 작아 빛이 망막 앞에 닿기 전에 이미 수렴이 끝나 초점이 뒤에 맺히는 형태입니다.
  • 카메라로 비유하자면 카메라 크기 설계의 문제

축성의 경우, 안구 구조 자체가 일반적인 눈과 달라서 다음과 같은 특징이 동반되기도 합니다:

  • 전방각이 좁아 급성 폐쇄각 녹내장 위험이 높음
  • 시신경 유두가 좁아 가성 유두부종처럼 보이기도 함   

    (이로 인해 불필요한 CT나 MRI를 찍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우리 아이는 머리카락도 잘 보는데요?🤔

— 원시 설명이 어려운 이유

‘원시(farsightedness)’라는 영어 표현조차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쉽습니다.

마치 멀리 잘 보는 눈이라는 뉘앙스가 풍기죠?

실제로는 가까운 곳을 보기 위해 항상 조절력(모양체근의 긴장)을 쓰고 있기 때문에, 원시가 있어도 일상생활에 큰 불편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엄밀히 말하면 눈의 힘(조절력) 없이는 먼 거리, 가까운 거리 둘 다 못 보는 눈이랍니다.

경도의 원시는 조절력이 풍부한 젊은 시기에는 가까운거리는 물론 먼 거리까지 매우 잘 보기 때문에 아주 좋은 시력으로 지냅니다.

그러다가 조절력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40대부터 노안이 급격하게 찾아오고 과도한 조절요구로 인한 눈 피로감이 심해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런 분들은 “어릴때 눈 굉장히 좋았는데 갑자기 나빠졌다” 라고 똑같이 말씀을 하신답니다.

돋보기를 쓰게 되고, 더 나이가 들면 먼 거리도 돋보기 안경이 필요하게 됩니다.


원시의 분류: 개념이 어려운 이유

의학적으로 원시는 아래와 같이 세분화됩니다:

구분설명
전체 원시 (Total Hyperopia)조절마비 상태에서 측정되는 총 원시도수
현성 원시 (Manifest Hyperopia)일반 상태에서 드러나는 원시도수
잠복 원시 (Latent Hyperopia)조절마비가 되어야만 드러나는 숨어있는 원시
허용 원시 (Facultative Hyperopia)조절로 보정 가능한 부분
절대 원시 (Absolute Hyperopia)반드시 렌즈가 필요하여 조절만으로는 시력이 안 나오는 부분

예를 들어 +5.5D의 전체 원시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중 +2.25D는 조절력으로 해결하고, 나머지 +3.25D만 교정해주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정말 어려운 내용이고, 사실 의사들도 제대로 아주 정확하게 알지 못하기 때문 설명도 불편하고 어렵습니다.

이해하기 쉽게 비유를 해보겠습니다.


상황 설정

  • 신발 = 눈 구조
  • = 빛의 초점 위치
  • 깔창 = 조절력 (모양체 근육의 힘)
  • 신발 앞부분의 빈 공간 = 원시 정도
  • 새 깔창 = 어린 나이의 강한 조절력
  • 닳은 깔창 = 나이 들어 조절력 떨어진 상태
  • 추가(인공) 깔창 = 안경(돋보기

예시

젊을 때👶 : 새 깔창

  • 신발이 크긴 한데 두툼한 깔창이 있어서 문제없이 잘 걷는습니다.
  • 게다가 발가락에도 힘이 넘쳐서 앞쪽까지 쭉쭉 뻗으면 발이 닿는다.
  • 그래서 원시인 줄도 모르고 산다. → 잠복원시가 많은 상태.

중년🧑 : 깔창이 낡아감

  • 깔창이 점점 눌려서 얇아지고 쿠션감도 없다.
  • 이제는 발가락 힘만으로 커버하기엔 피곤해진다.
  • 그래서 안경을 맞추기 시작함. → 허용원시가 줄고 절대원시로 바뀌기 시작함.

노년👴 : 깔창이 거의 없어짐

  • 깔창도 다 닳았고 발가락 힘도 없다.
  • 이제는 신발 앞 공간을 절대 추가적인 인공 깔창 없이 커버 못 한다.
  • 무조건 인공 깔창(안경/돋보기 등)이 필요하다. → 대부분이 절대원시가 되고, 노안까지 겹친다.

원시 분류 + 비유 정리

분류비유설명
전체 원시신발과 발 사이 전체 빈 공간선천적으로 존재하는 원시의 총량
잠복 원시새 깔창이 커버 중인 빈 공간젊을 때는 문제없지만 나이 들면 드러남
현성 원시깔창만으론 부족해서 드러나는 빈 공간깔창으로도 안 돼서 안경 필요함
허용 원시얇아진 깔창으로 겨우 버티는 상태조절로 커버 가능하지만 눈 피로함
절대 원시깔창 없이는 절대 발이 안 닿는 공간반드시 안경이 필요한 부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화하는 구조 🔄

잠복 원시 → 허용 원시 → 절대 원시

(= 깔창 성능 저하 → 눈의 조절력 소진)

조금 이해가 되시나요?


원시라고 무조건 안경을 쓰는 건 아닙니다 👓

  • 어릴 때 대부분의 아이들은 원시를 가지고 태어나며, 자라면서 자연히 정상 굴절 상태 또는 근시로 바뀌는 경우가 많습니다.(정시화 과정)
  • 조절력이 좋은 젊은 층은 약한 원시가 있어도 문제 없이 생활하며, 오히려 “눈이 좋다”고 여기는 경우도 많습니다.
  • 하지만! 심한 원시의 경우 시력 발달에 지장을 줄 수 있으므로 조기 교정이 필요하며, 약시와 혼동되는 사례도 많습니다.

미국에선 원시 교정이 더 흔하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원시 교정 처방이 꽤 흔합니다.

한국에서는 상대적으로 근시에 대한 처방은 익숙하지만, 원시에 대해서는 의사들조차 낯설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만큼 진단, 분류, 그리고 언제 안경을 처방해야 하는가에 대한 판단이 복잡하고 미묘하기 때문이죠.


마무리 정리

원시는 단순히 “멀리 보이는 눈”이 아닙니다.

복잡한 조절 메커니즘과 연관되어 있으며, 연령, 증상, 조절력에 따라 안경 처방 기준이 달라집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실제 원시에서 안경을 어떻게 처방할지, 나이에 따른 원시 변화, 약시와의 감별 등에 대해 더 자세히 다뤄보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질문은 커뮤니티를 이용 바랍니다.

Reference 📖

진용한. 굴절검사와 처방. 서울: 의학출판 수현; 2016.

대한검안학회. 검안의학: 안경처방과 눈검사. 서울: 도서출판 내외학술; 2017.

현재 시리즈 이어보기 << 야간 근시란? 어두울수록 시력이 떨어지는 원시 안경, 언제부터 써야 할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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