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근시란? 어두울수록 시력이 떨어지는
운전을 하거나 야외활동을 하다 보면 “밤만 되면 시야가 흐릿해진다”고 호소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안과 검사상 큰 이상이 없어도, 유독 어두운 환경에서 시력이 떨어지는 것 같다면, 야간근시(night myopia)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차례
야간근시란?
야간근시는 말 그대로 어두운 환경에서만 일시적으로 근시가 심해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낮에는 시력이 잘 나오다가 밤이 되면 신호등이 흐릿하게 보이고, 불빛 주변에 링이 생기며, 눈의 초점이 흐려지는 식이죠.
이건 일종의 굴절 변화이며, 질병이라기보다는 시각적 환경 변화에 따른 생리적 반응으로 볼 수 있답니다.
사례 – 밤이 되면 위험한 운전
30대 여성이 “낮에는 잘 보이는데 밤에만 운전이 힘들다”며 내원했습니다.
신호등 불빛이 퍼져 보이고, 주위가 뿌옇게 느껴지며, 특히 야간 운전 시 주변 불빛에 링이 생긴다고 합니다.
검사 결과는 아래와 같습니다.
👓 기존 안경 도수:
- 우안: -2.0D sphere
- 좌안: -2.0D sphere
굴절 검사 결과:
- 우안: -2.0D = -0.25D cyl @95
- 좌안: -2.0D = -0.25D cyl @80
검사실의 불을 꺼 어둡게 한 뒤 추가 굴절을 측정했더니, 어두운 상태에서는 +1.0D가 더 필요하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 환자는 낮에는 -2.0D 안경, 밤에는 -3.0D 안경을 쓰면 훨씬 편해졌습니다.
왜 어두우면 근시가 심해질까?
야간근시의 원인은 완전히 규명되지 않았지만, 다음 세 가지 이론이 가장 유력합니다.
1. 조절 기전 (Accommodation)
우리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공간을 바라볼 때, 눈의 조절 근육이 완전히 이완되지 않고 중간 거리 어딘가에 초점을 맞춰버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걸 “암흑초점(dark focus)”라고 부릅니다. 어두울수록 이 현상이 더 뚜렷해져요.

이와 비슷한 원리로, 비행기 조종사들에게 empty field myopia라는 것이 있습니다.
무언가를 볼 목표물이 없을 때 더 근시가 생긴다는 것입니다.
또한, 원거리를 볼 때 다른 자극이 일어난다면 이것도 더 근시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위 두 가지를 모두 쉽게 느낄 수 있는 환경은 비오는날 밤에 하는 운전입니다.

어두운 환경 + 비가와 전면 유리에 맺힌 빛방울.
아주 운전하기가 힘든 경험은 다들 한 번 쯤 있으실 겁니다.
2. 구면수차 (Spherical Aberration)

어두우면 동공이 커지면서 눈의 주변부를 통과한 빛이 더 많이 굴절돼 초점이 앞쪽으로 당겨집니다.
이 역시 가성 근시 상태를 유발하는 원인이 됩니다.
3. 색수차 (Chromatic Aberration)

빛의 파장에 따라 굴절률이 달라지는데, 청색광은 망막보다 앞에 초점을 맺어요.
특히 어두운 환경에서는 망막이 청색광에 민감해져서 근시처럼 느껴지는 시각 왜곡이 생길 수 있습니다.
얼마나 흔할까?
야간 근시는,
- 젊은 사람에게 더 흔하고, 나이가 들수록 줄어드는 경향이 있습니다.
- 연구에 따르면 16~25세 사이 젊은이의 약 17%,
- 운전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의 25%가 0.75D 이상의 야간 시력 저하를 경험했다고 보고된 경우도 있습니다.
- 굴절 변화 폭은 개인차가 커서 0D에서 최대 -6.0D까지 보고된 바 있습니다.
어떤 경우 안경 처방이 필요할까?
무조건 안경을 추가로 맞출 필요는 없습니다.
증상이 없으면 처방 불필요,
증상이 있지만 다른 원인(야맹증, 미세한 난시 등)이 있다면 그것부터 해결해야 합니다.
야간 시력이 떨어지는 주된 원인은 단순한 굴절 이상(특히 미교정된 근시, 난시)인 경우가 많습니다.
야간근시가 의심되는 경우엔, 다음을 점검해보세요:
- 기존 안경 도수가 충분한가?
- 야맹증(밤눈이 어두운 병적인 상태)은 아닌가?
- 도로 조명이 충분히 밝은가?
야간근시 대처
- 특별히 증상이 있는 경우, 야간용 안경을 따로 처방할 수 있습니다.
- 보통은 낮 안경보다 0.5D ~ 1.5D 더 높은 도수를 사용합니다.
- 필터렌즈나 연노란색 틴트도 도움이 되긴 하나, 조명 상태에 따라 다름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굴절 교정을 정밀하게 하는 것입니다.
결론
야간근시는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생리적인 반응이지만,
정확한 진단과 굴절 교정만으로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빛이 줄어들수록 눈이 하는 일도 바뀌고, 그에 따라 도수도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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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erence 📖
진용한. 굴절검사와 처방. 서울: 의학출판 수현; 2016.
대한검안학회. 검안의학: 안경처방과 눈검사. 서울: 도서출판 내외학술; 2017.